주식·채권에서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인프라(Infrastructure) 투자로

29조 달러(약 4경 4,500조 원)규모의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기존의 주식·채권에서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인프라(Infrastructure) 투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권위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Invesco)가 전 세계 90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54개 중앙은행을 조사하여 작성한 ‘2026년 글로벌 국부자산 관리 연구(2026 Global Sovereign Asset Management Study)’ 보고서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2026년 글로벌 국부자산 관리 연구’ 핵심

“상장 주식 비우고, 비상장 자산 채우고

인베스코 조사에 따르면 국부펀드들의 포트폴리오는 한마디로 “상장 주식은 비우고, 비상장 자산은 채우는” 전략으로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국부펀드의 평균 주식 비중은 기존 32%에서30%했다. 향후 주식을 더 줄이겠다는 응답이 늘리겠다는 응답보다 17%포인트나 높았다.

사모 대출, 사모 주식, 인프라비상장 자산 비중전체 포트폴리오의 24%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이 자산들을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보다 늘리겠다”응답 비율28~35%포인트에 달해 비유동성 자산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선명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인프라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9%까지 늘어나며, 최근 5년간 대체자산 군 중에서 독보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 이동의 핵심 배경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거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데는 명확한 거시경제적 이유가 있다.

전통적인 분산투자 모델(주식 60 : 채권 40)의 붕괴

전통적으로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오른다“는 역(Reverse) 상관관계가 통상 작동했다. 하지만 2021~2022년 인플레이션 쇼크 이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폭락하는 현상이 잦아졌다. 국부펀드들은 주식·채권만으로는 더 이상 포트폴리오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 비상장 사모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 이다.

미국 증시의 극단적인 ‘종목 쏠림(Concentration Risk)’

현재 S&P 500 지수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육박할 정도로 소수 대형 기술주(빅테크)에 시장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passive(지수 추종) 펀드에 돈을 묻어두면 자동으로 특정 기술주에 과도한 리스크를 지게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공개 시장을 떠나 개별 딜(Deal)에 직접 투자하는 사모 시장을 택하게 되었다.

AI 물결,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요

작금 자본 이동을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 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중동의 한 개발형 국부펀드는 인베스코 측에 “AI 물결을 가장 확실하게 붙잡는 방법은 사모 대출과 인프라 투자“라고 직접 언급했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여기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 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국부펀드들은 이 인프라 건설에 직접 대출을 해주거나(사모 대출) 지분 투자 방식(인프라 투자)으로 AI 대세의 결실을 안정적으로 챙기려 하는 것이다.

국부펀드 포트폴리오 전환이 시사하는 바

국부펀드의 사모 대출과 인프라 투자로 경도되는 현상에서 아래와 같이 몇가지 시사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

인프라 자산(전력망, 도로, 데이터센터 등)은 대개 물가상승률이 이용료에 연동되는 장기 계약(10~20년) 기반이라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이다.

인프라 투자는 단순히 수익률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등 국가 안보 및 공급망 확보(Sovereign AI)와 긴밀히 연결된다. 이와 맞물려 중앙은행들의 61%가 미국의 부채 급증으로 인한 달러화 위상 약화를 우려하며 금(Gold)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점도 탈달러 흐름과의 연계하는 방어 태세 전환을 시사한다.

사모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근 아레스(Ares), 블랙록 등 대형 사모운용사들의 대출 펀드에 환매 요청이 급증해 인출을 제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환매 제한 등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정밀한 실사(Due Diligence)가 필수 사항이 될 것이다.

국부펀드(SWF)와 중앙은행들의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인프라(Infrastructure) 투자 확대
국부펀드(SWF)와 중앙은행들의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인프라(Infrastructure) 투자 확대

경제의 안보화와 달러 패권에 대한 균열

국부펀드(SWF)중앙은행들은, “미국 달러와 미국의 금융 시스템(주식·채권 등)을 과거만큼 맹신할 수 없다”는 태세 전환을 이 보고서에서 시사한다. 그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 자산(달러화 채권 등)을 줄이는 대신, 눈에 보이고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인 ‘인프라(에너지·데이터센터)’와 ‘금’으로 자본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 투자와 국가 안보·공급망의 연계

과거의 국부펀드는 단순히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에 돈을 묻어두는 순수 재무적 투자에 주력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지형이 바뀌면서, 이제는 국가의 생존, 안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프라 투자를 활용하고 있다.

AI 시대의 핵심 자원은 ‘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컴퓨팅 파워’이다. 만약 한 국가의 핵심 데이터와 AI 인프라가 전적으로 해외(예: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면, 지정학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 접근이 차단되거나 기술 종속국이 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각국 국부펀드들은 자국 내에 독립적인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직접 구축(Sovereign AI)하는 데, 국가적 안보 차원에서 필요에 충족시킬 만큼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인베스코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의 80%가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전환 인프라를 가장 확실한 리스크 방어 자산으로 꼽았다. 공급망이 쪼개지는 파편화 시대에는 안정적인 에너지(발전소, 송전망)와 인프라 자산을 선점하는 것이 곧 국가의 생존력 확보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탈달러(De-dollarization)와 금 보유 확대

이 부분이 이번 인베스코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통계 중 하나이다. 중앙은행들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완연하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감당하기 벅찬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달러화의 장기적인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중앙은행의 비율이 2024년에는 불과 20%였으나 현재 61%로 세 배나 폭증했다. 이는 설문조사 역사상 단일 연도 기준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가파르게 추락한 기록이다.

천정부지의 미국 부채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비서방 국가들은, “달러 시스템에만 의존하다가는 언제든 우리 자산이 묶일 수 있다”는 서늘한 경각심을 느꼈다. 반면, 금은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 없고, 그 어떤 해외 금융 인프라의 통제도 받지 않는 고유한 실물 자산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3분의 1(약 33%)이 향후 금 보유량을 더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규제나 동결 위험에서 안전한 ‘실물 금(Physical Gold)’을 자국 금고로 회수(repatriation)하여 보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3. AI Capex 2.0 세대로의 진입

J.P. Morgan(Asset Management)에서 6월 중순 “지으라, (자본시장이) 돈을 댈 것이다 (If you build it, they will fund it.)” 이라는 핵심 메시지의 AI 인프라 금융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시장에서는 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를 두고 “AI Capex 2.0 “ 세대로의 진입이라고 부른다.

왜 ‘Capex 2.0’인가?

Capex 1.0 단계는 빅테크들이 자체 보유한 ‘현금’을 꺼내 부품(엔비디아 칩 등)을 사고 AI 모델을 훈련하는 단계였다.

현재의 Capex 2.0 단계는 훈련을 넘어 실제 서비스를 돌리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넘어가면서, 천문학적인 물리적 인프라(발전소, 송전망,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하는 단계이다. 빅테크조차도 가진 현금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자본시장(채권, 사모 대출)에서 대규모 빚(Debt)을 조달해 짓는 구조로 진화했기 때문에 Capex 2.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JP모건의 분석은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중심의 1단계’에서 ‘인프라·전력·금융 중심의 2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AI 산업을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철도·전기·통신망 구축과 유사한 장기 자본집약적 인프라 투자 사이클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두 보고서 내용이 서로 퍼즐처럼 맞물리고 있다.

JP Morgan의 AI 인프라 금융 보고서는, 위의 인베스코 보고서(국부펀드들의 사모 대출 및 인프라 투자 확대)의 현상을수요(If You Build It)자본시장의 공급(They Will Fund It)의 역학 관계를 완벽하게 관통하며 보여준다.

“지으라(If build it)” = 인프라 수요의 폭발

JP모건이 “지으라”고 외치는 대상은 빅테크 기업들과 인프라 개발사들이다. AI 혁명을 완성하려면 초대형 데이터센터, 5G/6G 통신망,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가동할 막대한 전력망(에너지 발전소 및 송전탑)을 물리적으로 ‘지어야’ 한다.

인베스코 보고서에서 국부펀드들이 왜 하필 다른 대체자산보다 ‘인프라 자산’ 비중을 9%까지 가장 빠르게 늘렸는지, 그리고 국부펀드 관계자가 왜 “AI 물결을 잡는 방법은 인프라 투자“라고 했는지가 바로 이 “지으라”는 수요와 정확히 일치한다.

“자본시장이 돈을 댈 것이다(They will fund it)” = 4.5경 원의 자금줄

JP모건에 따르면, 향후 5년간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은 최소 5조 달러에서 최대 7조 달러(약 6,500조~9,100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돈을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나 전통적인 은행 대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JP모건은 채권 시장뿐만 아니라 사모 대출(Private Credit)과 국부펀드 같은 거대 자본이 이 거대한 자금 공백(Funding Gap)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인베스코 보고서에 등장한 44,50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와 중앙은행들이 바로 JP모건이 말한 “돈을 댈 자본시장”의 핵심 주인공들인 셈이다.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이라는 매력적인 통로

빅테크 인프라 건설은 규모가 너무 크고 리스크가 복잡하여 일반 공개 채권 시장에서 소화하기 벅찬 것이 맞다. 이때 맞춤형으로 대규모 자금을 빠르게 빌려주는 시장이 바로 사모 대출(Private Credit) 시장인 것이다.

국부펀드들이 인베스코 조사에서 사모 대출 투자 의향(순응답 비율 28~35%p)을 극단적으로 높인 이유는, JP모건의 호언장담처럼 “인프라를 짓겠다는 기업들에게 직접 사모 대출로 돈을 대주고, 꼬박꼬박 높은 이자 수익을 챙기기 위함”이다.

JP모건의 시각과 인베스코의 현상

JP모건, “AI 인프라를 짓기만 해라. 전 세계 자본시장의 모든 마른 돈을 끌어와서라도, Financing 구조를 짜서 돈을 대주겠다.”

인베스코, “실제로 주식 시장에 지친 4.5경 원 규모의 국부펀드들이 그 돈을 들고 사모 대출과 인프라 시장으로 줄지어 가고 있다.”

결국 두 보고서는 “AI 인프라 건설이 자본시장의 거대한 돈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금융 트렌드를 각각 공급자(JP모건)와 투자자(인베스코)의 시선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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