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에 춥고 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현재 저장능력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EU는, 미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글로벌 최우선 과제인 독자적 국가 AI(Sovereign AI) 기술 확보와 AI 데이터 센터 구축이 시급하다. 부족한 전력 확보를 위해 EU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청정에너지 Source에 투자하는 이유다.
EU의 에너지 안보 전략, 2개의 핵심 과제
첫번째는 청정 에너지 확보이다. EU는 지금까지 에너지 안보를 주로 “러시아산 가스를 줄이고 미국, 카타르등 LNG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한다” 였다. 하지만, 단순히 수입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EU는 2026년 6월 9일 T-MED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시킨다. (T-MED, Trans-Mediterranean Renewable Energy and Clean-Tech Cooperation Initiative: 범지중해 재생에너지·청정기술 협력 이니셔티브)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Dan Jørgensen도 T-MED 출범 당시 에너지 안보가 단순한 화석연료 수입 다변화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청정에너지·강력한 전력망 연결·효율적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기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하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North Africa and the Gulf)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약 2,300GW이다. 현재 EU 전체 설치 발전능력의 2배 이상이다. 더구나 EU에 비해 MENA 지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은 약 30~40% 낮을 수 있다고 EU는 평가한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T-MED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2035년까지 최대 250억 유로의 투자 동원(mobilize)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가 €250억을 직접 지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EU가 50억 유로 이상의 보증 능력(guarantee capacity)을 제공하고, 유럽 공공·민간 금융기관 및 민간자본을 유입시켜 최대 €250억 투자라는 레버리지 구조이다.
EU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목표는 최소 15GW 이상의 신규 발전 용량 확보하고, 일자리 10만 개 이상 창출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현재 55GW 수준인 EU의 에너지 저장 용량을 2030년까지 200GW로 약 4배 가깝게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2028년까지 약 30~35GW의 신규 저장능력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시장에서는 90% 정도의 높은 효율을 시현하는 리튬이온(Lithium-ion) 배터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저장된 에너지를 최대 약 4시간 정도 밖에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그러나 Ore Energy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아이타츠 일마즈(Aytaç Yilmaz)가 지적한 것 처럼, 풍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전력망에는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EU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기업 Ore Energy와 최근 철-공기 배터리(iron-air battery)를 이용해 1GWh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철-공기 배터리는 비록 효율이 50% 정도로 낮지만 최대 100시간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태양이 지거나 바람이 약해질 때 발생하는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T-MED 이니셔티브와 장주기 에너지 저장 전략 매치

해저 고압 HVDC 전력망
독일은 모로코와 함께 Sila Atlantik이라는 이름의 3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서양 연안의 1년 내내 일정하게 부는 무역풍(Trade Winds)을 이용한 풍력 발전과 사하라 사막의 강한 일사량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을 묶어 약 15GW의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연간 약 26TWh의 전력을 독일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개의 고압(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 케이블로, 총 길이 약 4,800km에 달하는 모로코와 독일을 연결하고, 독일 연간 전력 수요의 최대 5%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거리 송전에 사용하는 HVDC 해저 케이블의 송전 손실률은 1,000km당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4,800km를 거치더라도 전체 전력의 약 15% 정도만 손실되고 85% 이상은 유효 전력으로 독일에 송전할 수 있다. 유럽의 부족한 햇빛 등 유럽 전력망의 간헐성을 보완하며, 무엇보다 토지 매입 등 사회적 비용을 대폭 절감한 대량의 지속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집트와 그리스를 연결하는 약 954km HVDC 해저케이블 프로젝트(GREGY)로 최대 3GW 발전량을 목표로 한다. 이집트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약 1,350km 규모의 전력망 연결도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 교환능력은 3GW이다. 이렇게 되면 이집트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걸프 지역과 그리스.유럽이 연결되게 된다.
장주기 에너지 저장 전략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날씨, 시간대, 계절에 의존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 결과 전력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전력망의 취약성 역시 커지고 있다.
장주기 에너지 저장(LDES, Long Duration Energy Storage) 장치가 없어, 전력이 남아돌 때 유럽 전력망은 별수없이 청정에너지를 대규모로 출력 제어(Curtailment) 즉 버리고 있으며, 또한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전히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장주기 에너지 저장(LDES) 장치에는 위에서 언급한 철-공기 배터리(iron-air battery) 외에, 전철(全鐵) 흐름전지(All-Iron Flow Battery)도 있다. 저장 효율을 70% 정도로 높은 편이나 저장 시간은 8~24 시간 수준이다.

철-공기 배터리(iron-air battery)는 태양광·풍력이 며칠 동안 부족할 때 꺼내 쓰는 보험과 같아서 효율의 경제성만 따질 수 없다. 저장비용도 매우 낮은 수준이며, 최근 보도에서는 약 $20/kWh 정도의 목표치가 거론되고 있다.
EU의 에너지안보 전략에 있어, T-MED 이니셔티브의 재생에너지와 장주기 에너지 저장 장치가 서로 보완되며 전략적으로 매치된다.
전기화(electrification)
2025년 기준 EU 전력의 47%가 재생에너지로 가장 많으며, 그 비중이 해가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원자력과 화석 연료는 각각 23%, 30%로 뒤를 잇는다. 전력망을 강화하고, AI 데이터 센터 건설이 늘어날수록, 또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단순한 발전량 확대보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EV)로, 석유·가스를 전기로 대체하고, 난방은 Heat Pump로, 또한 산업 설비 전반에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진행되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도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EU가 T-MED 이니셔티브(북아프리카 재생에너지), 전력망, 에너지 저장에 매진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