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10년후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최근 EV(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다는 뉴스가 들려오지만, 시장의 거대한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과연 10년 뒤인 2035년, 전기차는 도로 위의 완전한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최신 글로벌 데이터와 완성차 업체들의 숨은 전략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짚어본다.

숫자로 보는 EV 시장, 매서운 성장과 거침없는 중국 독주

전기차 성장이 둔화했다는 우려와 달리, 전 세계적인 보급 속도는 여전히 매섭다. 다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특정 국가의 거침없는 독주가 심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에 달하는 수치이다. 새 차 4대 중 1대는 전기차다.

유럽의 가파른 성장이 돋보인다. 특히 유럽 시장은 엄격한 탄소 배출 규제와 연료 가격 급등, 가성비 좋은 신차 출시가 맞물리며 전 세계 EV 성장의 30% 이상을을 견인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EV 판매량의 약 60%, 생산량의 73%를 중국이 차지했다. 가히 압도적이다. 반면 유럽과 북미의 판매 비중은 15% 수준에 그쳤다.

EV를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중국이 석권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한 해 동안 총 3,453만 대를 생산하며,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9,638만 대)의 36%를 점유했다.

2026년 전 세계 EV 판매량은 2,300만 대(시장 점유율 28%)까지 늘어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망하고 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EV 전략 변경, 디젤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는 당초 “2030년까지 유럽 내 판매 차량을 100% EV로 전환하겠다”던 과감한 계획(‘Dare Forward 2030’)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들이 다시 디젤과 가솔린 엔진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산 저가 EV의 공습에 밀렸다. 가성비를 무기로 한 중국산 EV가 유럽 시장 침투율을 6% 이상 끌어올리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스텔란티스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내구성이 검증된 디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소비자들은 현실적이다. 유럽 내 소상공인이나 장거리 운전자, 농촌 지역 사용자들 사이에서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로 인한 EV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토크 좋고 장거리 연비가 뛰어난 디젤이 낫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스텔란티스의 신규 전략(FaSTLAne 2030)의 핵심은 차세대 ‘STLA One’ 플랫폼에 있다. 하나의 아키텍처에서 전기차(Battery 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 내연기관(ICE)차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구조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디젤이든 전기차든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겠다는 실리적 계산인 것이다.

스텔란티스는 EV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시장이 완전히 성숙해질 때까지 디젤과 하이브리드라는 확실한 캐시카우로 버티며 미래를 도모하는 생존 전략을 택한 것이다.

2026년 유럽 자동차 시장, 혼돈 속 실리주의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정은 아이러니하게도 EV의 경제성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현재 유럽 자동차 시장은 격렬한 주도권 싸움 속에 철저한 실리주의로 돌아섰다.

‘2035년 내연기관 종말’ 규제의 후퇴

유럽연합(EU)은 당초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 했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 등 자동차 강국들의 반발로 규제 완화 압박을 받고 있다. 완성차 업계 거두들이 규제 시한 유예나 합성연료(e-Fuel), PHEV의 영구 허용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미래 시장은 내연기관의 전면 종말이 아닌 탄소중립 연료와 EV의 공존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이브리드(HEV)의 판정승

전기차로 가기 위한 임시 징검다리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는 향후 10~15년간 글로벌 시장의 가장 확실한 표준이자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충전할 불편이 없고 연비가 뛰어난 HEV는 미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브랜드가 가성비 내연기관차인 다치아 산데로와 하이브리드 강세를 보인 피아트, 도요타라는 점은 소비자들이 비싼 EV 대신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유럽 시장의 3자 역학 구도

폭스바겐 그룹은 유럽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전기차(ID 시리즈)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여전히 골프, 티록 등 가솔린/하이브리드 볼륨 모델이 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그룹 다중 파워트레인 전략과 디젤 부활 카드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17.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1위 폭스바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계 BYD 등은 헝가리 등지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관세 장벽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침투율을 지속해서 확대하며 유럽 제조사들을 가장 긴장시키고 있다.

EV가 ‘완전한 대세’가 되기 위한 3대 임계점 (Tipping Point)

전기차가 2035년 무렵 완전한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릴 3가지 기술적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

EV 배터리 가격, ‘1kWh당 100달러’ 붕괴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팩 가격이 1kWh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진다”고 보았는데, 이 선이 이미 깨지기 시작했다.

현재, 원자재 가격 안정화로 가성비형 LFP 배터리 팩은 이미 1kWh당 6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가솔린차보다 전기차가 더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장래에 배터리 가격이 50달러 선에 안착하면, 주행거리 500km급 배터리의 원가가 약 4,000달러(약 55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시점이 되면 아반떼나 쏘나타 급의 대중차 영역에서도 EV가 완벽한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된다.

EV 충전 속도, ‘5분 충전, 300km 주행’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처럼 몇 시간씩 기다리는 충전이 아닌, 주유소처럼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끝나는 속도’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등이 선보인 800V 고전압 시스템이 2030년 전후로 표준이 된다. 배터리 10%에서 80%까지의 충전 시간이 10분 미만으로 단축되고 있는 중이다.

꿈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멀지 않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없고 극단적인 초고속 충전을 견딘다. 도요타, 삼성SDI, CATL 등이 공언한 2027~2030년 양산 목표가 실현되면 “5분 충전으로 300~400km 주행”이 가능해져 내연기관 주유 시간과 격차가 사라지게 된다.

ESS(에너지 저장 장치) 연계형 충전소 및 V2G (Vehicle-to-Grid) 시스템
ESS(에너지 저장 장치) 연계형 충전소 및 V2G (Vehicle-to-Grid) 시스템

EV 전력 인프라 진화, ‘전력망 과부하(Grid Overload)’ 해결

수백만 대의 전기차가 동시에 초급속 충전을 하면 변전소와 국가 전력망이 버티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가 진화하고 있다.

충전소마다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치해,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 전기를 모아두었다가 전기차가 들어오면 ESS(Energy Storage System)에 저장된 전기로 순식간에 초급속 충전을 해주는 방식이다.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V2G (Vehicle-to-Grid) 기술 실용화, 다시 말해, 전기차를 움직이는 보조배터리로 활용한다.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낮 시간에는 주차된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역송전(판매)하고, 전력이 남는 밤에 다시 충전하는 똑똑한 분배 시스템이다.

2035년 미래 도로의 최종 성적표, 다중 트랙(Multi-Track)

글로벌 조사기관(IEA 및 EV Volumes)이 예측하는 2035년 전 세계 신차 판매 비중은 세 가지 트랙으로 압축된다.

전기차(BEV, PHEV)가 대세인 2035년 상상도
전기차(BEV, PHEV)가 대세인 2035년 상상도

전기차 (BEV), 확고한 주류 (55~60%)

캐즘 터널을 통과한 BEV(Battery EV)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와 인프라 안착, 강력한 환경 규제에 힘입어 승용차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차량이 거대한 전자제품화되면서 무선 업데이트(Over-The-Air), 자율주행, AI 에이전트 기능 등은 모두 EV 플랫폼을 중심으로 완성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PHEV / EREV), 새로운 표준 (25~30%)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 지역, 땅이 너무 넓어 충전소 보급이 더딘 지역(미국 중부, 호주 등),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PHEV / EREV)가 완벽한 대안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 용어 돋보기: EREV(Extended Range EV) 배터리를 작게 넣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배터리 중심으로 구동하되 가솔린 엔진은 오직 ‘배터리 충전용 발전기’로만 사용하는 전기차이다. 주행거리를 1,000km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의 가성비 하이브리드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이 라인업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

내연기관 (가솔린/디젤), 제한적 생존 (10~15%)

규제 때문에 사고 싶어도 새차로 사기 힘든 영역이 된다. 특히 유럽 시장을 호령하던 디젤 승용차는 사실상 완전한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환경 규제(유로 7)로 인해 디젤 승용차 비중은 이미 한 자릿수 미만으로 급락했으며, 향후 디젤은 전동화가 어려운 대형 트럭이나 중장비 영역에서만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 용어 돋보기: e-Fuel (합성연료)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와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를 합성해 만든 액체 연료이다.

  • 장점: 전 세계에 굴러다니는 15억 대의 기존 내연기관 엔진과 주유소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으며, 연소할 때 나오는 탄소와 생산할 때 포집한 탄소량이 같아 이론상 탄소중립이 된다. 배터리를 싣기 어려운 항공·해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단점: 전기를 직접 충전하는 EV(효율 70~80%)에 비해 e-Fuel의 종합 에너지 효율은 15~20%로 매우 낮다. 생산 비용이 비싸, 대중차보다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초고가 슈퍼카나 특수 분야 위주로 먼저 상용화될 전망이다.

전기차에 기대하는 오늘의 세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

10년 뒤인 2035년의 전기차(EV)는 지금보다 가격은 20~30% 더 저렴해지고, 주유하듯 5~7분만 충전해도 400km를 달리는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과도기적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기술적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전기차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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